A A
X = X

삶은 존속된다. 점은 곧 선. 선은 곧 활자다. 활자는 단락을 잇고, 단락은 곧 하나의 이야기와도 상통한다. 그러므로 나는, 너는.

- 나는 네가 미워.
- 다를 것도 없어.

장난감 마트에나 팔 법한 진심 판별기 하나. 좁은 책상에 놓인 의자 둘. 앉은 채 마주한 사람도 둘. 오간 마디는 이전과는 다르되 평소와는 별반 다르지 않다. 입으로 뱉지도 못한 것을 차마 목구멍으로 삼키지도 못한다. 현소희는 은채린을 비난한다. 아래 배치된 판별기의 스위치는 아직 꺼져 있다.

- ... 너는 나를 생각하지 않았잖아. 그렇지?

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면서 그런 거 아니야? 하나의 물음은 묵음으로 남은 채 숙인 고개에 함께 묻힌다. 은채린은 숙인 고개에 답을 피하다, 겨우 고개를 젓는다. 삼 분쯤 지났을까. 축축한 음성이 이어진다.

- 아니야, 소희야. 우린 친구잖아.

스위치를 켜는 은채린의 손이 얕게 떨린다. 삑. 변동 없음. 초등학생 남짓될 아이나 믿을 법한 장난질에 현소희가 인상을 찌푸린다. 찌푸렸다가, 눈을 크게 떴다가, 재차 찌푸린다. 그럼 내가 틀렸단 거야? 늘 나쁜 건 나지. 착한 건 너고.

- 나도 이렇게 유치하게 굴고 싶은 게 아니야...
그치만, 넌 늘 착한 애였잖아.

현소희는 역시나 스위치를 누르지 않은 채 은채린과 눈을 맞춘다⋯.

... 맞췄던가?

- 소희야... 뭘 잘못했는지 얘기해 줘. 부탁이야. 제발...

아니야. 나는.
나는... 그냥 네가 나만큼만 괴로웠으면 싶었어.

- 소희야 미안해... 얘기할 순 없는 거야?

나는...

- 늘 나쁜 건 나지, 지금도.

현소희의 답을 끝으로 암막 커튼이 내린다.
상대에게 못다한 말이 있나요?

.

.

.

S#1
The end.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잊었답니다!
그리고 다른 사람과 같은 약속을 맺겠죠.

어라. 반응이 영⋯.
아닌가? 그렇다면 씬 넘버에도 상한이 늘겠네요.

-

S#2
The - 404.
소희야. 나 네가 안 보여. 아니, 네가 아닌 다른 친구들도⋯.
사실을 안 게 문제였을까? 이건 알아야 했던 문제일까, 내가 알고 싶어 알게 된 문제일까? 이걸 문제라 해도 될까?

S#3
The - 0
채린아. 실은...

S#4
(전송되지 않은 메세지입니다.)
그건 내 진심이 아니었어. 네게 사과하고 싶어.

S#5
... 내가 널 어떻게 믿고?
(차단된 사용자의 메세지입니다.)

The end⋯. (찢어진 페이지)
이번엔, 나도 배역이 아닐 거야.

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오래.
아주 오래.
정말, 오랜 시간을.

살았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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