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연, 인연, 필연. 삼박자가 맞아떨어짐에 있어 당사자가 어떤 답을 내어야 하는지는 그 누구도 답을 낸 적 없다. 그럼에도 우연. 그렇기에 인연. 그랬기에 필연인 것들. 다만 그 중심에 서 있는 장본인은 닥친 문제를 마주하기에 급급했다. 타인이 보기엔 넘기면 그만일 사소한 문장들. 서약서를 곰곰이 살피는 눈이 점차 가라앉는다. 다섯 보폭 앞, 마주 앉은 상대의 입에서 들리지 않을 정도의 얕은 한숨이 입 밖으로 샌다. 부자연스레 올라간 입꼬리가, 이내 크지 않은 소리로 호칭한다.
- 박사.
짧게 호칭한 한마디에 박사의 몸이 작게 들썩인다. 어느새 원인 쪽으로 돌아간 고개는 올라올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.
- 나는 당신을 탓하러 온 게 아니야.
이어지는 말에 박사의 어깨가 두어 번 움찔거리는듯 싶더니, 이내 재차 잠잠해진다. 고개는 역시 묵묵부답이다. 그렇게 한참을 내려간 고개에 시선 맞추던 르무엔이, 곧 같은 이름을 나직하게 부른다.
- 센.
나는 대화를 하러 왔어. 박사의 숨이 일순 멈추는듯 싶더니, 고른 호흡으로 돌아온다. 피하려던 게 아니었어. 이번 작전은...
... 내 책임이야.
박사.
아니. 단호하게 내저은 고개에, 르무엔도 응한다. 알겠어. 그렇지만 할 이야기가 여기서 끝은 아니잖아. 그렇지? 정돈이 덜 된 사무실 내 휠체어를 끄는 소리가 울린다. 동시에, 침 삼키는 소리가 바퀴 소리에 반쯤 묻힌다.
A
A
바치는 헌사